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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2010.2.2.) - 용문교회 - 목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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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일기
제목

'발바닥'(2010.2.2.)

 

 

발바닥

 

묻혀 있어도 사명으로 사는 삶은 복되다.

 

 

열매보다 꽃이 무거운 이 있다이정록 시인의 슬픔이라는 제목의 시다.

무거운 꽃을 피우다가 열매도 맺기 전에 지는 인생의 슬픔을 노래한 것 같다.

 

 

꽃으로 피지도 못하고 묻혀 사는 더 슬픈 이 있다. 발바닥이다. 발바닥은 밑바닥에 묻혀 일하는 막노동자다. 주인님 휘청거릴 때 붙잡아드리느라 만성 디스크가 생겼다. 작은 가시 정도는 쉽게 부러뜨릴 정도로 단단하지만, 작은 가시가 우습게보고 뚫고 들어올 정도로 약하다. 못 생겼다고 들여다보는 사람 하나 없고, 잘 생겼어도 눈길 한 번 주는 사람 없다. 고독하다. 너무 고독하고 힘들어 돌부리에 머리를 박아 아야!” 하며 비명을 지른다. 주인님 사랑 받고 싶어 무좀으로 피 뿌려 유혹 한다. 따뜻한 햇볕 받아 이름 없는 들꽃으로라도 피는 것이 소원인데, 햇볕 좋은 날은 두꺼운 신발, 두꺼운 양말에 겹겹이 갇혀 산을 오른다. 꽃으로 피지도 못하고 묻혀 사는 슬프디 슬픈 이 발바닥이다.

 

 

슬프디 슬픈 발바닥의 저녁은 거룩하다. 발바닥은 저녁마다 거룩한 감사 의식을 갖는다. 저녁의 발 씻는 시간은 주인님 사랑받는 시간이다. 신발 양말 다 벗고, 향긋한 비누로 씻어내고...... “주인님 부드러운 손길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발가락 인사 예쁘게 드리고, 따뜻한 이불속에 묻혀 잠을 청한다.

 

 

꽃으로 피지도 못하고 묻혀 사는 슬프디 슬픈 이 발바닥이다.

묻혀 있어도 사명으로 사는 복된 이기에, 오늘도 감사기도 드리며 이불 속에 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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