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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 오후에 찾아오신 손님'(2013.7.28) - 용문교회 - 목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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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일기

“뜨거운 여름날 오후에 찾아오신 손님”

 

 88세의 권사님이 계십니다. 이북이 고향이신데, 남편은 먼저 하늘나라 가셨고, 3남매 자녀들이 있는데, 그들 중에 딸하고 함께 지내십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를 보면, ‘목사님 한 번 보려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뜨거운 오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목양실 계단을 올라오셨습니다.

 

 세 가지 주제로 말씀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시장에서 죽부인을 사서 요즘같이 무더운 날, 다리를 턱 걸쳐 놓고 사용해 보니 그렇게 좋더랍니다. 그런데 이 좋은 것을 나 혼자 해서는 안 되지 싶어, 하나 더 사서 목사님 사용하시라고 가져오셨습니다.

 그런데 보통 죽부인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에서 8천원에 사신 죽부인을 당신이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해 온 반세기가 지난 한산 세모시로 싸셨는데, 손으로 한 땀 한 땀 직접 바느질을 해서 만드셨고, 죽부인 양쪽 끝부분에는 은빛대학 문예반에서 만든 향주머니로 예쁘게 장식한, 수백만 원 아니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은빛대학 문예반에서 꽃꽂이를 해서 집에 갖다 놓았는데, 장미꽃이 시들어 말랐답니다. 그리고 종이접기로 꽃을 만들기도 하고 지점토로 꽃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것을 다 모아 멋진 액자 비슷한 것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은빛대학을 소개하고 홍보하는데 목사님이 사용하시라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는, 6.25 한국전쟁을 경험한 이야기, 그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을 향한 자신의 신앙을 간증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청소년들도 좋고 청년들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88세의 어르신 중에 이 정도의 총명함과 건강, 열정을 갖고 사시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분이 청년들, 청소년들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교육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며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그런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88세가 되셨지만 이런 사랑과 열정, 총명함을 갖고 사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을 생각하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손 마디마디가 다 구부러져 있는데도 한 땀 한 땀 손바느질 하여 죽부인을 곱게 싸서 선물로 주신 그 권사님의 사랑,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교회 은빛대학이 어르신들에게 대단한 힘이 되고 활력이 된다는 사실을 이 권사님의 방문을 통해 새롭게 느꼈습니다.

 그 날, 목사로서 참 행복했고, 신선한 충격이었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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