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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2018.10.14) - 용문교회 - 목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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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일기
제목

'선풍기'(2018.10.14)

선풍기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장석주시인의 수필집 제목이다. 장석주시인은 제프 딕슨이 처음 인터넷에 올리고, 이어 여러 사람이 쓴 시의 일부를 소개한다. 제목은 시대의 역설이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나빠졌다.

 

 

부채시대와 선풍기 시대를 거쳐 지금은 에어컨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의도적으로 에어컨보다 선풍기를 좋아한다. 21세기 변종 악질 더위를 부채로 감당해내기는 어렵고, 선풍기면 족하다. 에어컨을 켜려면 창문을 다 닫아야 하고, 오랜 시간의 에어컨 바람은 곧 한기를 느끼게 한다. 선풍기 한 대면 충분하다.

내가 선풍기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선풍기 바람이 너무 강하면 부담스럽다. 그래서 선풍기는 1, 2, 3, 회전, 타이머..... 단계별 맞춤 서비스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또 선풍기는 과부하가 걸리면 차가운 바람이 뜨거운 불로 변하는 위험상황이 발생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최적의 효과를 내는 것이 선풍기다. 선풍기면 족하다. 부채로는 감당하기 어렵지만, 사실 에어컨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들이 대부분이다. 선풍기는 자족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습도구다.

 

 

부채 가진 사람들의 꿈이었던 선풍기, 그러나 첨단 디지털 인공지능 에어컨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덤으로 주어진 값싼 물건이 되었다. 그러나 선풍기면 족한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선풍기를 통해 자족을 배운다. 선풍기를 통해 단순한 삶을 연습한다. 선풍기 앞에 모여 런닝셔츠 하나 덜렁 입고 수박 잘라 먹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잊고 지냈던 행복을 찾는다. 선풍기를 통해 자족을 배운다. 그래서 선풍기는 선한 바람불어 선풍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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