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적은 대개 우리보다 작다.”
후배 목사가 추천한 『사물의 뒷모습』 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다.
우리의 적은 대개 우리보다 작다. 여간해서는 눈에 띄지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그들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데는 작은 공격으로 충분하며, 오히려 작은 단위로 움직일수록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은밀히 시작되는 이 작전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붕괴가 시작되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사태를 돌이킬 수 없다. 이를테면 금속의 녹이 작동하는 방식이 그렇다.
녹은 페인트가 벗겨진 미세한 흠집이나 용접 부위의 작은 균열에서 시작한다. 공격 대상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작은 거점을 마련하고 거기서부터 아주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 끝내 사물의 내부로 침투한다. 녹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시간은 자기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시작한 뒤에는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는다. 부식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습기의 침투를 막아주던 페인트의 방어막이 뚫리면 그 안에 갇혀 있던 금속은 바깥의 대기와 만나 열렬히 반응한다. 그렇게 경계가 무너지고 사물의 안과 밖이 하나가 되는 과정, 그렇게 먼지로 돌아가는 과정, 그것이 부식이다.
‘녹’ 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그리스도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녹과 같은 작은 것들을 방치할 때 우리는 부식되어 아무 쓸모 없는, 아니 해가 되는 먼지로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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