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날은 온다’
삼복더위에도 할머니는 부채 하나로 사셨다.
모시 적삼에 부채질하며 여름을 나셨다.
여름에는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모기가 달라붙기 전에 일찍 하는 것이다.
그래도 모기가 극성이면 쑥대를 끊어와 모깃불을 폈다.
이 여름도 곧 지나가리라 하는 생각에 여름을 힘들어하지 않았다.
냉장고도, 에어컨도 없는 여름에.
할머니의 부채에는 ‘처서’가 그려져 있었다.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옴을 알려주는 절기 ‘처서’!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
그렇게 달라붙던 모기도 입이 비뚤어지는 절기 ‘처서’가 온다.
할머니의 부채에 그려져 있는 ‘처서’가 온다.
할머니의 여름은 더워도 덥지 않았다.
할머니는 ‘처서’를 기다리며 ‘더위’를 식히셨다.
결국 그날은 온다.
이십사절기를 주관하시는 그분의 날이 온다.
시험당할 즈음에 피할 길을 주시는 그분.
감당할 만한 시련을 주시는 그분.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주시는 그분.
그분의 날이 온다.
‘처서’가 온다.
(지난 8월 16일에 ‘처서'를 기다리며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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