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고 품어주면 생명이 나온다”
아침에 잠깐 비가 멈추기에 산을 올랐다. 비 맞을 각오하고 나섰다.
요즘 숲 속엔 생명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 장맛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숲은 다 받아준다. 한 달 가까이 쏟아지는 장대비, 우산도 안 쓰고, 비옷도 안 입고 맨몸으로 다 받아준다. 계절이 바뀌며 떨어지는 낙엽, 강한 바람에 떨어지는 이파리, 쌓여 썩어 벌레가 나도 짜증내지 않는다. 소리 없이 다 품어준다. 다람쥐, 고라니의 배설물까지 다 품어준다. 지금 숲 속엔 건강함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 이름 모를 온갖 버섯들이 지천이다. 불청객 숲 모기가 어느새 달라붙고, 귀하신 몸 장수하늘소도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숲에는 쌓여 있는 것들이 수북했다. 받아주고 품어준 것들이 쌓여 생명으로 쑥쑥 올라오고 있었다. 받아주고 품어주면 생명이 나온다.
오늘 후배 목사가 다녀갔다. 목회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듯한 목사님이다. 늘 신실한 목사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헤어지고 나서 미안했다. 내가 더 받아주었어야 하는데, 더 품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그 목사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른다. 그래도 더 받아주고 품었어야 한다. 그랬으면 그 목사님도 위로와 자신감, 힘을 더 얻었을 것이고, 나에게도 보다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받아주고 품어줄 때 생명이 나온다.
차동엽의 『천금말씨』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뜻대로 삶이 바뀌지 않는가. 습관이, 태도가, 생각이 강퍅하게 타성에 머물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말이라도 바꿔 보라. 자신의 입술이 여태 발음해 보지 않은 새 단어를 익히게 하라. 이것 하나에만 고집스럽게 집착해 보라. 그리하면 천금말씨의 비정한 법칙이 획기적 반전을 가져오리라” 받아주고 품어줄 때 생명이 나온다.
코로나와 장마로 지쳐 있는 이때, 받아주고 품어주는 말부터 시작해 보자. 받아주고 품어준 것들이 쌓여 생명으로 쑥쑥 올라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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