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과 인생여전”
누구나 ‘인생 역전‘을 꿈꾸지만, 나는 ‘인생 여전‘도 감사하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오늘 쏘는 거 알지? 친구들 다 불렀다. 너도 꼭 와라.“ 타워팰리스로 이사했다고 오늘 한 턱 쏜단다. ‘미슐랭 스타‘ 별 세 개를 받은,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유명한 식당이란다.
“나 야근이야.“ 대답하고는 구내식당에 내려가 된장국에 김치를 먹는다.
야근을 마치고 나온 밤 11시!
꿈틀거리는 “로또” 불빛 속으로 늦은 밤 퇴근길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몰려간다.
그러나 나는 군고구마 냄새에 끌려 구겨진 지갑을 연다.
군고구마 봉지를 품에 안고 옥탑방 계단을 오른다.
‘축하의 꽃다발’ 향에 취해 화려한 파티를 즐길 친구를 잠깐 생각하는 찰나, “당신이예요?” 아내가 달려와 내 손을 잡는다.
결혼 후 지금까지, 아내는 내가 야근하고 돌아올 때마다 ‘축복의 손 편지’를 써서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렇다.
타워팰리스 친구에게는 ‘축하‘가 필요하지만, 옥탑방 나에게는 ‘축복‘이 필요하다.
“여보, 당신 열공하고 있잖아요. 당신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예요.” 아내의 짤막한 이 ‘축복‘의 말 한 마디가 쌓이고 쌓여 ‘근속 20년’이 되었다.
그렇다. ‘열공’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나에게 주어진 과제 수행을 위해 나는 ‘열공’했다. 그런데 내가 쏟은 그 많은 눈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야속하게도, 짠 내 나는 내 눈물들은, 흐르고 흘러 다 ‘다이소’로 가버린 것 같다. 그러나, 흘러가던 눈물들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다이아몬드’가 될 것을 나는 믿는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곡식 단을 거두리라’는 성서의 말씀을 나는 그렇게 받아들인다.
기회를 잡아 ‘인생역전‘, ‘성공‘을 이뤄 타워팰리스로 간 친구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겸손’이다. 옥탑방 ‘인생여전’, 그러나 기회를 보며 ‘열공‘의 눈물을 쌓아가는 나에게는 ‘겸손’이 정답이다.
‘그래서 감사’가 아니라 ‘그래도 감사’....... ‘겸손’의 정답을 하나하나 써내려갈 때, ‘다이소 인생’이 ‘다이아몬드 인생’으로의 역전이 일어날 것을 나는 믿는다.
아내와 함께 먹는 식어버린 군고구마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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