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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탈렌'(2017.3.26) - 용문교회 - 목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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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일기
제목

'나프탈렌'(2017.3.26)

 

나프탈렌

 

 

장인, 명인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흔들림 없는 날이 하루도 없지만, 흔들려도 그 일을 놓지 않고 집중했을 때 어느 날 장인이 되고, 명인이 되는 것이다.

 

 

나프탈렌의 경우가 그렇다. 흔들림 없는 날이 하루도 없지만, 오히려 그 흔들림을 타고 올라 하늘을 비행하는 일을 즐긴다. 그것이 매일 매일의 일상이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일을 했더니 시골 할머니도 알아주는 독보적인 존재, 장인이 되었다.

 

 

나프탈렌은,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눌려 있을 때도 많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불평도 없이 실력 발휘를 한다. 게다가 나프탈렌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내 몸이 깎여가는 아픔이 해충을 막는 원동력이기에 기꺼이 사명으로 눈 뜨고 사명으로 눈 감는 인생을 산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존재감이 엄청난 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굳이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소란피우지 않아도, 그저 냄새 풍기는 정도일 뿐인데도, 영향력이 대단하다.

 

 

나프탈렌이 이렇게 살 수 있는 비결은, 날아오르는 힘과 희열을 알기 때문이다.

나프탈렌의 주특기는 날아오름이다. 나프탈렌은 창공을 날아다닐 때 최고의 희열을 느낀다. 날아오르기만 하면 악당들이 떨며 물러가는 것을 늘 보기 때문이다.

 

 

나프탈렌에게도 아픔이 있다. 악당들을 물리치는 소중한 존재임에도, 인간에게는 냄새가 강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렇게 환영 받지는 못한다. 본질을 몰라보고 껍데기만 보는 인간들이 야속하다.

 

 

그러나 나프탈렌은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있다. 새로운 대체품에 밀려나고 있지만, 자긍심이 대단하다. 이 한 몸, 오로지 인간의 유익을 위해 바쳤기에 후회 없이 사라질 준비가 되어 있다.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더 똑똑한 후배들의 등장에 오히려 박수를 보낸다.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하늘에 올라 세상을 보았더니 이런 성숙함까지 겸비한 명인이 되었다.

 

 

시골장터로까지 밀려났지만, 아직은 자리가 있음에 감사하다. 소변 통에 쳐 박혀 있어도, 쓰임 받고 있으니 고맙다.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 날아오를 수 있는 것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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