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일곱 마디면 족하다.
수다쟁이 아줌마들, 재잘거리던 아이들, 담배꼬리 비벼 던지며 "퇴!" 가래침 뱉던 아저씨들....
그들조차 그리울 정도로 덩그러니 혼자 서 있어야 하는 고독이 더 무섭다.
거부하지 않는다.
다 받아주자니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겹다.
그러나 감수했다.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찢기고, 금가고, 멍들고 터져 여기저기가 샌다.
종합병동이다.
그러나 오직 하나, 사람 살리겠다는 일념하나로 버틴다.
이게 십자가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화장대 앞에 서 있다.
두꺼운 분을 발라 덧칠하고, 진한 향수로 포장한다.
치열한 세상에서 나 살겠다고,
나는 오늘도 화장대 앞에 서 있다.
항상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사느라
그 사람, 그 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몇 겹으로 덧칠하고 진한 향수로 포장한 내가 역겨워 다 떠난다.
나에게 십자가는 없다.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과, 구린내 나는 향수가 뒹구는 휴지통에서,
썩는 냄새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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