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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2008.9.21) - 용문교회 - 목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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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일기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리를...”

 

 추석 연휴, 월요일에 아홉 명의 교인들과 함께 설악산 산행을 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6시가 다 되어 출발하여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용대리’에서 ‘백담사’ 가는 셔틀 버스를 타고 내리니 8시 30분, ‘백담사’를 잠깐 둘러 본 후 아침 8시 40분에 ‘백담사’를 출발하여 ‘봉정암’을 향해 갔다.

 얼마나 등산객이 많은지, 앞에 사람이 걸려 속도를 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영시암’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두 시간 가량의 평지(?)와 다름없는 ‘수렴동계곡’ 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제법 빠른 속도로 걸었지만 ‘봉정암’에 도착하여 구경을 하고, 가지고 간 점심 도시락을 먹으니 오후 2시였다. ‘봉정암’을 출발하여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까지 늦어도 오후6시 전에 도착해야, 6시에 출발하는 막차를 탈 수 있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려오는 도중에 전문산악인(?)을 만났는데, ‘오세암’을 거쳐서 가면 절대로 ‘백담사’까지 6시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양동 계곡’을 따라 내려가라는 것이다. 지금은 폐쇄되어 있지만, 가다보면 예전에 사람들이 다닌 등산로가 보이니 그 길을 따라 내려가라고 했다.

 그래서 ‘가양동 계곡’을 따라 등산로를 찾아 내려가는데 웬걸, 등산로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해매고 있는데, 고맙게도 아까 길 안내를 해 주신 그 산악인이 우리가 걱정되었던지 우리와 동행해 주지 않는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러나 예전에 폐쇄된 등산로를 찾기란 이 전문 산악인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제법 넓은 ‘가양동 계곡’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나들며 길을 찾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군대에서 ‘도피 및 탈출’이라는 유격 훈련보다 더 힘든 난코스였다. 게다가 다리를 절룩거리는 사람도 생겨서 도저히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해는 점점 기울어 계곡은 조금씩 어두워갔다. 겁이 덜컥 났다. 예전의 ‘십이선녀탕’ 시내산산악회 사건이 떠올랐다. 허겁지겁 앞질러 길을 찾아 간신히 어둡기 전에 산에서 내려왔고, ‘백담사’에 도착하니 저녁 7시 5분, 주변은 깜깜했다.

 감사하게도 임시 셔틀 버스가 운행되어 ‘용대리’로 내려올 수 있었고, 저녁 먹고 용문에 돌아오니 밤 10시 30분이 다 되었다.

 

 그런데 이 날 참 감사했던 것은, 그 전문 산악인이다.

 물론 길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순수한 사람이었다.

 본래 그 분은 ‘오세암’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우리 때문에 장장 3시간의 그 험한 ‘가양동계곡’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는 다시 ‘오세암’을 향해 손을 흔들며 올라갔다.

 

 마태복음 5장 41절의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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